2023년 회고 - 다섯 번째 연간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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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도 꽤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올해를 잘 보내기 위해 한 해를 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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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쯤에 퇴사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9월 초까지 출근했고, 남은 휴가를 사용한 이후의 퇴사일은 9월 말이었다. 겨우 3개월 전인데 그새 기억이 희미해졌다. 따뜻했던 가을 날씨 때문에 착각했는지, 일이 바빠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올해도 꽤 다이나믹한 한 해였다. 내가 속한 조직의 규모와 구조가 바뀌었고, 집중해야 하는 목표와 속도가 크게 바뀌었으며, 회사를 옮겼다. 세 가지 모두 영향이 컸다. 앞의 두 가지 변화가 세 번째 변화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영향을 끼치기는 했다.

마지막 불꽃

8개월 간은 효율화가 가장 큰 미션이었다. 22년 회고에서도 비용 절감 어쩌고 힘들다 하기 싫다 같은 글을 썼는데, 지금 보니 다양한 감정이 든다. 데이터는 비싸다. 저장도, 처리도, 사용도 비싸다. 그래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는 게 중요한데, 이전까지는 효율적으로 쓰는 것보다 빨리 제품 내고, 서비스 내는 게 더 높은 우선순위에 있었다. 22년 말부터는 그렇지 않았다. 돈이 많이 풀리던 시절에 투자금을 태우며 성장만 바라보던 회사들이 더 이상은 그럴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군살을 빼는 일이 많이 있었다. 넉넉하게 쓰던 리소스는 줄이고, 과하게 분리된 것은 합치는 일이었는데, 다운사이징은 마치 살 빼는 것처럼 괴로운 일이어서, 꽤 많은 고생을 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마이그레이션

진행했던 작업 중에 크게 실수한 작업이 있는데, 정신없는 비용절감 인프라 대격변 작업이 일어나기 전에 하나, 한창 진행 중에 하나 이렇게 두 개나 된다. 올바르지 못하게 계획하고 판단해서 아쉬운 결과로 돌아왔다. 일시적인 비용이 더 들더라도 안전하게, 차근히 진행했어야 했다. 여느 때와 다름없었다면 아마 다시 차근히 준비해서 재도전할 수 있었겠지만, 대격변이 있었고, 우선순위상 다시 할 기회는 없었다. 대격변 도중에 했던 작업은 ‘이런 방식으로 하면 안 되는구나…?’를 깨닫게 된 거라서 재시도할 필요는 없었다. Dead End여서 돌아가면 그만이었다. 다만 충분한 ‘부분’ 테스트에 대해서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그런 것은 없다.

비용절감 미션이 재미없고 지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목표가 높아서 압박감이 컸지만, 성과가 가시적으로 잘 나타나는 목표라서 (업무 피드백이 빠르면 하루, 늦어도 3일이면 온다. 굉장히 객관적인 청구서 피드백이다.) 후반부 목표를 달성할 시점 즈음에는 뭐 더 할 것 없나 하면서 꽤 즐겼던 것 같다. 이게 되네? 이것도 해볼까? 그리고 비용 절감 일감 중에 하나로 회사의 기술 블로그 글도 한 편 썼다. 입사 후에 써야지, 써야지 했는데, 드디어 썼다. (점점 커지는 RDB Table, S3로 귀양 보내고 Athena로 불러오기 - feat. Optimization with Spark Bucketing)

짧은 기간 내에 아무튼 잘 해냈는데, 되돌아보면 Devops와 Data Platform이 한 팀이 되면서 효율이 증가한 부분이 있다. (팀을 합치지 않았어도 해냈을 거라 생각하지만, 가지 않은 길이니 이제는 모를 일이다.) 이전에도 두 팀은 함께 일하는 부분이 많았고 구성원끼리 꽤 친밀해서 협업에 불편한 부분은 없다고 여겨왔는데, 옆 팀은 옆 팀이고, 우리 팀은 우리 팀이다. 팀 업무에 대해서 우리 팀원에게 기대하는 수준과 옆 팀원에게 기대하는 수준은 매우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맥락이나 지식을 공유하는 깊이도 다르다. (예를 들어, de가 이 정도 하면 충분해 -> 인프라 팀인데 이것까지는 해야지, vice versa) 그래서 팀이 합쳐지고 Devops Engineer, Data Engineer 모두 이전에는 옆 팀의 맥락과 기술이라 생각해 왔던 것에 대해 이전보다 높은 이해와 깊은 맥락 파악이 요구되었다. 팀 사이즈는 줄었고, 해야 할 일은 많은데, 다운로드 받아야 할 맥락은 늘어나서 조금 늘어지고 고된 크로스 온보딩이었지만,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어쩌다 보니 내가… admin role..?!)

이직

22년 회고를 동료가 떠난 얘기로 시작했는데, 23년에도 여러 이유로 동료는 떠났고, 팀은 통합되었다. 정든 팀이 없어지고 함께 일했던 동료가 떠나서 아쉬운 맘이 든 것은 맞지만, 이 때문에 이직을 결심한 것은 아니었다. 새로운 팀에서 (이전에도 친했지만) 다른 동료, 다른 스타일의 매니저와 일하면서 업무의 폭을 넓히는 좋은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같이 고생하며 또 정이 많이 들었다. 여담으로 21년 AWS 리인벤트에 함께 간, 사람 좋은 옆 팀 매니저라고 생각했던 분이 내 매니저가 되어서 감회가 새로웠다. 코로나 때문에 입국하고 일주일 동안 호텔 방에 각자 갇혀 화상통화하며 함께 밥 먹었던 기억은 잊지 못할 거다. (이걸 지난 회고에는 안 썼다니)

2년 6개월 동안 한 회사에 다녔는데, 체감은 그 두 배 정도 다닌 것 같다. 제품 개발과는 거리가 먼 데이터 팀이지만,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며 dataserving 이라는 재밌는 것도 만들었고, 이런 거 있으면 좋겠다며 기획서를 써서 사내 해커톤에 참여하기도 했다. 아이디어 반응은 괜찮았는데 팀원을 못 모아서 시작도 못하고 다른 팀에 들어가기는 했지만, 좋은 추억이었다. 그다음 해에는 팀에서 만드는 dataserving 가지고 팀원들과 해커톤에 참여했다. 누군가의 buddy가 되어 온보딩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 프로젝트를 이끄는 경험도 할 수 있었다. 내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을 때는 그러지 말라고 알려주는 좋은 동료와 회사를 만나 귀한 경험을 했다.

그러다 보니 이전에 이직을 할 때보다 더 많이 고민했고, 결정하고서도 잘한 건가 싶었다. 그런데 이직은 내가 가진 것과 앞으로 가질 것을 교환하는 것이라고 어디서 그러더라. 새로운 도전을 위해서는 들고 있는 걸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바꾸기로 했다. 옮기는 회사의 문화가 여러 방면으로 명성이 있는 편인데, 적응하기 어려운 부분은 없었다. (연차가 아주 많지는 않지만 이제 주니어라고 하기는 어려우니까) 문화보다는 기대한 것보다 업무 성과가 나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다행히 좋은 사람들을 만나 어렵지 않게 안착할 수 있었다. 지난 이직 때는 입사 8개월 지나서 연간 회고에 아주 만족했다고 적어 놓았더라. 24년에도 만족한다고 적을 수 있으면 좋겠다.

단문

생각나는 대로 짧게 써보는 올해 있었던 일

  1. 입사 전 기간 중에 고성 맹그로브에서 일주일을 보냈다. 낮에는 책도 읽고, 서핑도 하고, 궁금했던 기술들도 공부하며 유유자적하게 보냈다. 1층이 공유 오피스라 일하시는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는데, 입사할 회사 직원 분도 있었다. 또 가고 싶은데 고성 너무 멀어서 가려면 큰 마음을 먹어야 한다.
  2. 결혼 1주년에 후쿠오카 여행을 다녀왔다. 이직 후 2개월 차에 가게 되어서 부담스러웠지만, 가길 잘했다. 후쿠오카에 도착하고 하루가 지나기 전에 다시 오고 싶어 할 만큼 좋았다. 부산 옆에 있는 맛있는 음식 많은 도시 느낌.
  3. 새 회사에서 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는 리프레시데이 행사를 하는데, 이런저런 사내 소모임에 지원을 해주는 행사다. 브루잉에 조금 관심이 생겨서 도구를 사려고 했는데, 마침 사내 근무하시는 바리스타 분께서 브루임 모임을 열어주셨다. 덕분에 바리스타분께 브루잉도 배우고 기물도 생겼다. 이후에 종종 집에서 커피를 내려먹고 있다가 최근에 핸드그라인더가 고장 나서 못하고 있는데, 하나 사야겠다.
  4. 커리어리에 글을 종종 쓰고 있다. 블로그 글은 많이 못 쓴 편이긴 한데, 여기는 접근성이 좋아서 더 쓰게 된 것 같다. 블로그를 옮겨야 하나.
  5. 닌텐도 스위치가 생겼다. 플스로도 할 게임이 밀려있지만, 즐겁다.
  6. 작년에 시작했던 크로스핏은 재등록 하지 않았고, 복싱을 시도했으나 재등록 하지 않았다. 연말에 스쿼시를 등록했는데, 이번에는 재등록할 수 있을까?
  7. 6월부터 9월까지 집 근처에서 30분 달리기를 했었다. (30분 내내 달리는 게 목표로 인터벌 훈련) 딱 온보딩 시작하면서 멈췄는데, 1월에 다시 달려봤다. 역시 연초에는 운동 결심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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